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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통같은 세상

송경동 시인

나이 먹으며 알게 된 것은 내가 높은 꿈보다 낮은 똥을 안고 살아온 시간이 더 많았다는 것이다 지금쯤 내 똥이 얼마나 무르익어 어느 선까지 내려와 있는지 아는 것이다 어려서는 며칠에 한번씩 싸기도 했지만 웬만하면 날마다 먹은 만큼은 똥을 싸는 게 건강한 일이라는 것이다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크게 배설하는 일보다 조그만 변기 위에 앉아 힘주어 굵은 똥 싸는 일이 그나마 세상을 위해 거룩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위대한 것들보다 그 위대한 것들이 싸놓은 똥을 연구하는 것이 더 풍부하고 진솔할 것이다 먹은 만큼도 싸지 못하는 불구의 기계들이 어딘가 얹혀 세계를 병들게 하는 이 똥통 같은 세상에서 당신이 달콤한 꿈을 꾸는 동안 나는 검게 그을린 똥을 구웠다고 할 것이다 당신이 철학을 했다면 나는 똥을 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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