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먹한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기 전에 알바생 어린 딸이 흘깃 쳐다보았을 진열장 속 비싼 음식 모형 나도 모르게 침 넘어가는 순간 몸에는 어느새 눈물 냄새가 번진다
시급 오천원짜리 딸이 퇴근하는 새벽까지 졸면서 책상에 앉아 돈 안되는 글을 쓰다가 아빠 뭐 해? 문자가 오면 벌떡 일어나 응 지금 돈 되는 글 쓰고 있어~ ㅎ^^,라고 답을 보냈다 키가 훌쩍 커버린 아픈 막내는 가족이 모두 일하러 간 사이 화장실 옆에 걸레처럼 길게 몸을 뉘어놓고 구토가 날 때마다 어린 고독을 울컥울컥 쏟아낸다
아내가 다른 남자를 만나더라도탈모증을 좀 잘 가리고 예쁘게만 보여 맛있는 것 무사히 얻어먹기를 솔직하게 빈다 그래서 나는 이 집안의 애비다 젊은 날의 사랑으로 목숨을 떼어 만든 저것들이 다 클 때 까지는 살기 싫어도 살아 있어야 한다 혈액처럼 몸속에 흐르는 눈물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눈두덩이 눈물 같은 걸 올려놓지는 말아야 한다
아가리로 울면서 아가리로 밥을 처넣는 게 인생이라면 김밥이든 라면이든 밀어넣어 올라오는 울음을 틀어막고 농담처럼 또 쓰윽 웃는 거다 내려가는 밥과 올라오는 눈물을 울대뼈쯤에서 충돌시킬 때마다 신의 잔인한 의지를 먹먹하게 목구멍으로 느끼는 나는 이 집안의 강한 애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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