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누운 곳에
걸음마다 어깨가 흘러내린다
지팡이는 그림자를 끌고 지척거린다
안경에 담은 웅덩이 다리 먼저 잠긴다
꼿꼿한 기억만 남아 꽃바람이라 부른다
귀가가 늦는 걸음은
바람만 가끔 서두른다
빈 골목이 오고 간다
발자국도 삼킨 창문 밖 어둠은
엄마의 조바심을 겨드랑에 끼고
졸며 밤이 휘 감긴다
생소한 이름이 타는 저녁
지붕이
아득한 아리아처럼 뜨겁게 붉다
치직거리는 시작으로
재 남은 새벽에
아버지는 연기가 된다
비스듬한 바람이 머물어
등 떠민 의자가 바퀴를 단다
어디로 갈까
아무도 찾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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