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悲)의 미장
비를 매달았습니다
걸어 놓을 고리를 찾지 못해
흘러내리는 시간이 젖습니다
투명한 우산을 든 여자를 그립니다
몸보다 우산보다 시린
거리가 치마를 다리에 감쌉니다
두뼘 처마 밑 남자를 세웁니다
담배 하나 쯤 꺼내 물면
내리는 저녁이 낮은 연기가 됩니다
눈길 서린 밖에서
흐려지는 유리창을
멀리 불이 켭니다
비를 쏟았습니다
손을 내밀어 시간을 담으려 봅니다
투명한 우산
처마를 벌써 지난 길에서
뒤집혀 뒹굴고
노란 불빛이 고개를 숙이고
깊은 속담배를 들이마십니다
번개라는 이름이 치직거리는
커피점을 모퉁이에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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