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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 · 1
거미 나무
송숙자

등을 파먹고
긴 다리 사방으로
나무처럼 기어간다.
* 어떤 거미는 등에 알을 지고 다니고 어떤 거미의 새끼는 어미의 등을 파먹으며 자랍니다.
디카시 · 2
쉬는 시간
류성현

너도 나도 재잘거린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지만
이쁜 입으로
수백개 꽃처럼 아름답다
디카시 · 3
정화의 시간
류성현

긴 세월
묵은 때 씻어내려
온종일
온 몸을 담근 채
가만히
숨 고른다
디카시 · 4
내가 그대라서
류성현

아무 말 하지 않고
뒤돌아보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만 보겠소
디카시 · 5
이렇게 이쁜 너에게도
송숙자

삶의 무게가 있다니
웃기만 한다고
아픔이 없는 것은 아닌것을!
디카시 · 6
나만의 약속
류성현

작은 꿈을 가졌지
옳게 가려 했고
후회도 많이 했지
아직도 지켜야 할 약속에
큰 숨 쉬고 달려가는 그 길
디카시 · 7
보인다
정효순

떠났다
밟혔다
짓이겨졌다
걸어나온다…
디카시 · 8
내 작은 소망
류성현

뜨거운 심장이 시간을 태우고
재가 되어 사그라질 때
그을음 하나 남기지 않고
하얀 연기로 사라졌으면
흐느적이는 들판을 건너
찾는 이 없는 작은 공간에
간간이 들리는 풀잎 휘파람이
살포시 위로하는 친구가 되었으면
디카시 · 9
흔적
송숙자

숲속
쓰러진 나무
누군가 쉼없이 개척을 한다
우주속에 지구처럼
디카시 · 10
도전
류성현

꿈을 꾸었지
도화지에 그린 무지개를 좇아
양탄자를 타고
더 넓은 세상 향해 날아가며
두려워하는, 나를
디카시 · 11
우리
정효순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막이가 되어주면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우리라 하지…
빛좋은 오늘 mountain ranier
Tracking 하는 길에서…
디카시 · 12
사과(謝過)
송숙자

평생 이웃이 되어
함께
울고
웃었던 우린데
너에게 짐이되다니...
디카시 · 13
여든 번째 생일날
류성현

뜻있게 살았고
보람도 느꼈으니
아무런 욕심 없이
뒷전에 서서
바라만 보며
디카시 · 14
비나리
송숙자

산에도
해변에도
기도를 쌓는 사람들
부모에 자손에 삶에
빛이 있게 해 달라고
디카시 · 15
화신
류성현

먹구름이 몰려오면 비가 내리고
소나기가 내리면 무지개가 뜬다
아픔이 덮이면 그리움이 숨고
시간이 흐르면 사라진 듯 눈 감는다
하지만 흔적은 나를 쫓아다니고
디카시 · 16
기다림
류성현

긴 밤을 견디고
새알처럼 잉태한
수줍은 눈동자여
너를 만나려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마주 보며 입맞춤하듯
숨 죽이며 너를 기다린다.
디카시 · 17
봄비
배유나

콩알만하던 모란 봉오리가
포도알만 해지고
껍질 벗는 복숭아처럼 속살을 보이더니
드디어 꽃몽오리를 터트렸어요!
그 화려하던 꽃이 비를 맞더니
옆으로 툭툭 스러지네요.
저렇게 큰 꽃도 혼자 서있기 힘드나봐요.
디카시 · 18
불편한 손님
류성현

화사한 고고함이
삶을 색칠하지만
차가운 질투에
고개 숙이고 눈물 흘려도
홀연히 떠오를 무지개를 기다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