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 꽃이 핀다 술에취해
목타는 소리남아 산등성에 숨이 차고
먼 숲이 자라나고 잊고있던 강 따라와
문열어 가을이 피고 꽃이취해 숨는다
손에 들린 시냇물은 달도 담고 시도 녹아
흐르는 잔소리에 새 울음이 따라온다
너에게 산을 남기고 가을이 비틀거린다
한잔에 외로우니 두잔에도 외롭다
내게준 너의체취 흔들려 멀어지고
살가운 옛적 귀엣말 꽃이핀다 향기로
시조 · 2
산 속에서
김명주
저녁은 바람에 밀려
산 끝자락 멀어진다
노을을 바라보다
오늘이 산에 묶여
지고 온 배낭 속에서 마음을 풀지 못한다
발길이 멈춘 곳
물이 쌓이고 길은 지고
숨 막혀 넘쳐 흐른
어둠도 쌓인다
잠긴 달 연못을 띄워 숲들이 자라난다
아무 것도 잊지 말고
아무것도 보내지 말고
저녁마다 이별은
산 넘어 하루 넘어
말 없는 그대가 보여 침묵에서 마주하는 지
시조 · 3
고등어 한 상자
인은주
배가 막 들어온 이른 아침 부두에서
푸른 물결 뒤집어쓴 고등어를 보았다
무엇에 이끌린 듯이
그 푸름을 사버렸다
고등어 한 상자에 바다가 두 상자
청춘이 돌아온 듯 마음에 물이 올라
먼 바다 모험이 담긴
이야기도 데려왔다
투명한 비늘 하나 손등에서 반짝이고
새파란 비린내가 몸 안으로 사라졌다
세상의 모든 골목이
파도처럼 보였다
시조 · 4
동짓달 기나긴 밤을
황진이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베어내어
봄바람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사랑하는 님 오신 밤이거든 굽이굽이 펴리라
시조 · 5
환절기를 걷다
김경태
1. 벚꽃은 흩날리고 떠나는 너의 뒷모습은 출항하는 바다에 비친 등불을 닮았다 괜찮다, 거짓말하며 돌아서는 발걸음
2. 도망치고 싶었다, 장마철이 지나면 다시, 돌아오겠다는 편지 속 글귀들이 책갈피 단풍잎처럼 말없이 부스러진다
3. 여민 옷깃을 풀고 달빛에 기대어 본다 푸른 입맞춤으로 타들어 가는 눈물을 지나는 이 계절 끝에 남겨 둔다, 바람이 차다
202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 당선작 [출처] 2020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 환절기를 걷다/ 김경태